카사모정담란

망각의 계곡

김갑종 6 728 2008.06.04 14:11
카풍이라함은 카나리아 아가들의 응가냄새와 풍란꽃 향기가 합해져서
그 괴상스런 냄새를 카풍이라 합니다.

그런데 금년 봄 번식은 27쌍에서 아지 3마리와 롤러 1마리가 전부 다랍니다.
아가새 4마리는 이미 어미새가 되어 버린 베란다에 풍란꽃들이 만발하여 향기를 내뿜고 있지만
4차 번식에서도 미이라되는 둥지뿐이고 아침 저녁으로 창백한 미이라를 처리하는 일이
일과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애통하고 분통터지는 일에 섭섭하기는커녕 당연히 미이라될거라 보고 살아 꿈틀대는 둥지도
둥지째 비닐봉지에 담아 너무 담담히 처리해 버리는 무시무시한 나그네를 보았습니다.

연두색 금화조와 홍옥조, 그리고 유황이를 누가 그냥 준다고 하여도 가부를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카풍이 그리워서 5차 시도를 한다거나 새를 접겠다는 굳은 의지도 없습니다.
꽃향기에 취해 갈 곳을 잃어 버리고 먹고 사는 일도 잊어 버리고 세상사 모두를 잊어 버리고
시간도 잃어 버린다는 망각의 계곡,
오늘 아침 그 망각의 계곡 입구에 멍청히 서 있는 저를 보았습니다.

Comments

김성기 2008.06.04 16:53
  분재의 모습이 환상적입니다.
저런곳에 올해생의 새들이 눌러 앉으면 금상첨화 일텐데....
올해 번식의 실망스러움 때문에 어깨가 축 쳐지시면 어찌합니까?
제가 쏘주라도 한잔 대접해 올릴까요?

일단.. 전화나 좀 받아 주십시요~
이미지 2008.06.04 19:29
  전화를 안받아 주시나 봅니다 ㅎㅎㅎ

안장엽 2008.06.04 21:12
  새를 풍난 석부작 처럼 키우신다면 엄청난 마리수가 될터인데 수급의 관계를 정확히
알고 있나봅니다.. 새들이 고급종일수록 번식하여 살아나는 것 보다 미이라로 남는게
많다는 것은 잘 아시잖아요^0^
배락현 2008.06.04 22:54
  그려려니 하십시요!
올해는 유난히 번식 성적이 안봏으신분들이 많네요!!!
뭔가가 원인이 있는 것 같은데 ..안 좋으신 분들..먼저 모이부터 체크 해 보시지요!!!
공통분모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전신권 2008.06.05 10:10
  성장통을 겪는 아이들처럼 카사모의 많은 분들이 비슷한

일들을 겪는 분이 많은 듯 합니다만 그래도 새가 좋으니

오늘의 실패를 거울삼아 내년엔  더욱 좋은 결과를 얻도록 노력을 해야 할 듯 합니다.

조기 낙조의 이유는 아무래도 모이탓일 수가 많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만 이 또한 명확하지 않으니...

김갑종 2008.06.20 16:28
  "망각의 계곡"
실제로 존재하는 네팔에 있는 바드리 낫드 계곡을 말합니다.
이 계곡은 6월과 7월에 가면 꽃향기에 취해 정신을 잃고 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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