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모정담란

秋夕

김갑종 10 873 2008.09.12 16:50
(50년전의 추석)

추석이라고 고까옷을 얻어 입고 조상님께 차례지내고 배가 터지도록 먹고
산소에 절하고 오니 구석모 또래 아이들이 12명이나 모여 있었지요.
언제나 모여 하는 놀이는 한길가에 땡삐집을 건드려서 오가는 사람들이 놀라
도망 가거나 쏘여 허우적대는 모습이 재미있었지요.깨소금 맛이였지요.
그러나 추석날 길가는 사람은 땡삐에 한방도 안 쏘이고 땡삐를 더욱 약 올리려
돌맹이를 던지려 가까이 갔다가 3명이나 땡삐에 쏘여 저거집으로 가 버리니
추석놀이가 썰렁하였지요.

봉건이가 "우리 허방이나 놓자!" 고 하여 각자의 집으로 허방 도구를 챙겨와서는
길 한복판에  구덩이를 파고 똥을 퍼다 부었습니다. 누가" 영애네 통시에 진때기 국물이
많다"고 하여 그 집 통시의 잘 익고 냄새 고약한 것을 모조리 갖다 부었답니다.
나뭇가지와 볏짚을 걸치고 흙을 덮어 위장을 끝내고 산허리에 숨어서 동네 어르신이나 형아들
지나가면 얼른 나가서 허방 있는 곳을 알려야 합니다. 나중 혼날일이 겁이 나서랍니다.
벌써 타동네 사람들 여러명이 허방에 빠져 낭패를 보는 재미가 솔솔하였습니다.
"똥구디에 빠져 디질 새끼들"이라 욕을 퍼붓는 아주머니가 제일 웃겼습니다.
자기가 똥구디에 빠졌으면서 우리보고 똥구디에 빠지란다면서 허리 잡고 웃어 제꼈습니다.

1958년 추석은 구름이 많아 밤에는 사람 식별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데이트족들은 똥구디에 자주 빠졌습니다.
허방을 손질하고 나면 또 빠지고 또 빠지고
"수철아! 이눔아! " 동네가 쩌렁하게 수철이를 찾는 수철이 엄마 목소리에 그 재밌는 허방놀이를
그만 두고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신혼 인사차 내려온 춘자누나 부부가 삐딱구두를 똥구디에 빠트리고 맨발로 집안에 들어 왔으니....

                                斷想에서

Comments

김갑종 2008.09.12 17:05
  그림은 오솔길입니다.
동양공고에 있는 오솔길입니다.
새를 키우는 사람들의 추석은 전시회가 추석입니다. 그래서.....
추석과 설에는 부채를 모두 갚는 미풍양속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너무나  감사함을 많이 받아 갚을 능력이 없습니다.
고향도 친지도 친구도 은공님께도 못가고 집에서 카나리아나 돌보고 운동이나 할려고 합니다.
즐거운 추석 되시기를 .....
전신권 2008.09.12 17:41
  눈에 익은 풍경이라 했더니...

글이 참으로 맛갈스럽습니다.

내용은 제가 자랄 적에는 해 본 적이 없는 무서운(?) 놀이라..

제주는 통시가 똥돼지가 있어 진때기는 커녕 국물도 흑도새기들이

다 먹어 버렸으니 그런 놀이 문화가 없었지요.
김영호 2008.09.12 18:32
  웃음이 절로나오는 아주 옛날놀이 입니다.

지금은 꿈도 못꾸는 놀이입니다.

회장님 어릴적에는 상당히 개구쟁이 였었나봅니다.  ㅋㅋㅋ

한가위 풍성하게 즐겁게 보내셔요.
구교헌 2008.09.12 19:29
  어린시절을 떠올리게합니다
한바탕 신나게 웃어봅니다
즐거운 추석 명절이 되시길 바랍니다
원영환 2008.09.13 07:03
  한가위 명절을 가족 친지분들과 즐겁게 잘보내시길 바랍니다.
명절을 보내고나면 카사모 명절인 전시회를 준비해야겠군요.
배락현 2008.09.15 16:57
  ㅋㅋㅋㅋ
상상만 해도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길가 뚝방에  있는 땡삐....집  돌망이로 때리고 도망가면
ㅋㅋ
 뒤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오던 가시나들.. 머리에 노랗게 붙는데..뭐 그리 재미가 있었는지??
풀밭을 걷다 잔디 묶어 놓고 가다 뒤 돌아보면 여지없이 다리가 걸려 넘어지면 또 다시 ㅋㄷㅋㄷㅋㄷ 
추석 세고 돌아왔습니다.
충전하고 있습니다.
박상태 2008.09.15 19:58
  글 솜씨는 참을 맛갈난다고 할까.. 여튼 작가 수준이십니다.

수필집을 빨리 내시길 기다리고 있답니다.^^

추석은 잘 보내셨지요?^^

부모님이 다 올라오셔서 고향에 가본지도 엄청 오래되었습니다. 가끔은 막혀도 내려갈 고향이 있으신 분들이 부럽습니다.
김두호 2008.09.17 12:28
  ㅋㅋㅋ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합니다.
읽어도 부드러운 글. 가슴에 찡하게 전해오는 글입니다.
김성기 2008.09.17 21:33
  구수한 사투리가 귀에 쏙 들어옵니다 회장님~

"저거집" "통시" "진때기" "똥구디"......

눈 감아도 또렷이 떠오르는 그런 고향이 떠오릅니다.

제 고향은 바닷가 이지만,

산허리 넘어서는 농촌풍경이 자리잡고 있었거든요~

추석... 잘 쉬셨지요?
김갑종 2008.09.18 14:56
  이번 추석은 고향 마을길에 차가 평소와 다름없이 없었다고합니다.
불경기로 고향을 찾지 않은 이유랍니다.
누구나 어릴적에는 개구장이였겠지만 놀이문화와 놀 수 있는 여건이 없었습니다.
이런 놀이를 무섭다거나 위험하다거나 불결하다고는 꿈에도 생각못했습니다.
어른들도 모르는체 씨익 웃고 지나갔으니까요.
 명절날 똥 밟으면 재수 좋다는 속설 하나 때문에 이런 놀이가 전수되어져 내려 오고.....

추석날 새똥 치우고 지냈습니다. 어릴때나 늙은 할배때나 똥가지고 놀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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