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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 사이에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달리기 인구가 크게 늘었다.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하려면 어느 정도는 기초 체력부터 갖춰야 하지만, 일단 그렇게 한 다음에는 다른 스포츠나 운동보다 비교적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 덕에 누구나 즐길 만하다. 또한 정신 건강 측면에서도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
어떤 운동이든 적당히 하면 신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심리적으로 일으키는 긍정적 효과도 신경생리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은 지속적으로 리듬감을 주는 특성이 있어서 뇌에서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고 스트레스나 불안을 줄이는 기분 전환에도 효
스탁아이 과적이다.
특히 장거리 달리기는 이른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행복감이나 도취감이 일어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적어도 40여분쯤 다소 힘들게 달린 이후에 오히려 달리기에 더 몰입이 되어 잘 달려지는 느낌이 든다든가 뭔가 붕 떠 있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물론 달릴 때마다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비슷한 느낌이 든
해외주식거래 다고 쳐도 길어야 몇분 정도다. 러너스 하이를 느끼겠답시고 무리하다가는 오히려 다치거나 기대에 못 미쳐 풀이 꺾일 수 있으니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기초를 탄탄히 다져, 순간의 희열감보다는 지속적인 즐거움을 누리는 게 일반적인 생활체육인 입장에서는 더 중요할 것이다.
1970년대 미국에서 조깅 붐이 일어났을 때 등장한 ‘러너스 하이’는 한
투자할만한주식 국에서는 21세기부터 슬슬 알려졌고 이제는 달리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웬만하면 들어는 봤을 말이 됐다. 이런 희열감을 일컫는 말이 예전에 없던 것은 당연하다. 전근대 사회는 지금보다 힘겨운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 많았기에 따로 스포츠나 운동 같은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은 일부 귀족층이나 가능했다. 건강 관리나 여가 활동 차원에서 보편적으로 운동을 즐기게 된
투자할만한종목 것은 20세기부터의 일이고 그것도 중반부가 넘어서야 더욱 널리 퍼지게 됐다. 따라서 격한 운동이 기쁨과 즐거움의 한가지 원천이라는 개념은 꽤 현대적이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폴짝폴짝 뛰면서 즐겁게 논다. ‘뛸 듯이 기쁘다’나 ‘jump for joy’(점프 포 조이)를 비롯해 여러 언어에 비슷한 표현이 있듯이 기쁜 일이 있을
옵트론텍 주식 때 팔짝팔짝 뛰기도 한다. 슬프거나 울적할 때는 어깨가 축 처지지만 기쁨을 몸으로 표현하려면 역동적인 동작이 나오게 마련이다. 기쁘거나 즐거우면 활기차게 움직이는데, 역으로 활기차게 움직이면 기쁘고 즐거워질 수 있다. 이런 쌍방향적 관계는 몸과 마음의 되먹임 고리(feedback loop)가 된다.
한국어 ‘뛰다’는 ‘달리다’도 뜻하지만 있던 자리로부터 몸을 높이 솟구쳐 오르게 하는 ‘도약/점프하다’도 뜻한다. ‘뛸 듯이 기쁘다’는 물론 달리는 게 아니라 솟구쳐 오르는 것인데 ‘뛰다’의 다의성은 달리기 동작과도 관련이 있다. 달리기가 걷기와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걸을 때는 지면에 발 하나가 늘 닿아 있고 양발이 함께 닿기도 하지만, 달릴 때는 양발이 동시에 뜨는 순간이 있다는 점이다. 즉, 위로 폴짝 뛸 때 공중에 뜨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동작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달리기라고 얼추 말할 수도 있겠다.
딴 언어에서도 비슷한 의미 겹침 현상이 보인다. 영어 leap(리프: 껑충 뛰다)와 어원이 같은 독일어 laufen(라우펜), 네덜란드어 lopen(로펜)은 ‘달리다’를 뜻한다. 원시 게르만어에서 ‘껑충 뛰다’라는 뜻이 먼저였는데 여기서 ‘앞으로 껑충 뛰다’로 옮겨가면서 독일어나 네덜란드어 등은 ‘달리다’가 됐다. 이 두 언어에서는 맥락에 따라 ‘걷다’도 된다. 영어 spring(스프링), 독일어 springen(슈프링엔)처럼 원래 ‘팔짝 뛰다’라는 뜻이었던 스웨덴어 springa(스프링아)는 이제 ‘달리다’만 뜻한다.
‘즐겁게 뛰놀다’라는 뜻인 영어 frolic(프롤릭)은 네덜란드어 vrolijk(프롤럭: 즐거운, 기쁜)에서 유래한다. vrolijk은 형용사라서 ‘뛰놀다’의 뜻은 없지만 영어 frolic은 동사로 쓰면서 ‘즐겁게 뛰놀다’가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더 거슬러 올라가면 ‘뛰다’와 이어진다. 뿌리가 같은 독일어 froh(프로: 쾌활한, 명랑한, 기쁜, 반가운)에서도 흔적이 보이듯 원시 게르만어의 뜻은 ‘활기찬, 날쌘’인데 원시 인도유럽어 어근은 ‘뛰다’의 뜻이다. 여기서 유래한 러시아어 동사 прыгать(프리가티)가 ‘깡충 뛰다’를 뜻한다. 뛰어서 활기가 생기면 기쁘겠고 기쁘면 활기차게 뛸 수 있으니 이런 의미 변화는 앞서 말한 몸과 마음의 쌍방향적 관계와도 맞닿는다. 꼭 과학적으로 밝혀내지 않았더라도 인간은 예전부터 몸과 마음이 따로 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았을 것이다.
독일어 froh는 ‘개구리’를 뜻하는 영어 frog(프로그), 독일어 Frosch(프로슈)와도 생김새가 꽤 비슷한데 뜻밖에 어원도 같다. 의미로는 딱히 비슷해 보일 것이 없으나 개구리가 폴짝폴짝 뛰는 동물이라서 둘은 같은 인도유럽어 어근에서 유래한다. 발음 면에서 한국어 ‘폴짝’도 frog와 왠지 공통점이 많다. 계통상 관련이 없더라도 비슷한 음성상징이 작용했을 수도 있겠다.
의미상 무관할 것 같다고 했지만 도시에서 폴짝폴짝 뛰는 개구리를 만나면 왠지 반갑다. 천변을 따라 뜀박질하다 보면 폴짝거리는 여치나 메뚜기 같은 풀벌레도 왕왕 마주친다. 나는 혼자 뛰지만 자연과도 함께 뛰는 셈이다. 달리기가 무슨 만병통치약처럼 언제나 마음을 홀가분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너무 대단한 걸 기대하다가는 오히려 실망이 더 클 수 있다. 달리기든 다른 운동이든 대수롭지 않은 순간순간을 즐기면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면 마음도 잘 다스릴 수 있지 않을까.
신견식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