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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식물 수거를 요청하는 연락이 온다. 재개발단지에서 본 ‘이사 및 철거’ 스티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야심 차게 만든 ‘식물 수거’ 스티커 덕분이다. 대부분 식물을 어디에서 어떻게 나눌지 몰라서, 혹은 잘 키워줄 사람을 찾기 위해 공덕동 식물유치원의 문을 두드린다. 재개발단지에 살던 사람들이 이사할 때 키우던 식물을 데려가기 어려울 때 주저 없이 연락해주기를 바라며 만든 스티커인데, 때론 가정집이나 가게 혹은 사무실 등에서 연락을 주기도 한다.


그리하여 재개발단지에 버려진 식물만 구조했던 내가 어느새 다양한 곳에서 온 아이들도 품게 되었다. 대체로 집 안에서 키운 식물이라 자그마한 크기여서 별 무리 없이 작은 스쿠터 ‘흰둥이’에 태워 공덕동 식물 소득자료 유치원으로 옮긴다. 때로 가짓수가 많아 여러 번 왕복하기도 하지만 든든한 흰둥이 덕분에 수월하다. 집으로 데려와 분갈이한 뒤 상태를 살핀다. 며칠 후 새 화분에 적응한 식물은 졸업할 준비를 마친다.




재개발단지에 뿌린 ‘식물 수거’ 스티커 덕분에 다양한 기업은행 중고차 대출 곳에서 온 식물이 공덕동 식물유치원에서 쉬어갈 수 있다. ⓒ백수혜 제공



늘 이렇게 순조로우면 좋으련만 이따금 도전할 일이 생기곤 한다. 재개발구역에 버려진 나무라든가 대형 화초 등은 아쉽지만 크기 때문에 구조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공덕동 식물유치원은 아주 작은 마당이 딸 이수페타시스 렸다 뿐이지 두 명이 살기에도 다소 작은 집이라, 실내로 들여야 하는 외래 품종은 돌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얼마 전 지인이 데려온 몬스테라 화분 다섯 개 역시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크기였다.


날씨가 따뜻한 여름에는 마당에 두면 될 테지만, 겨울이 오기 전에는 꼭 좋은 집을 찾아줘야 한다. 걱정도 새마을금고 이자율 잠시, 데려가 주실 분을 찾는 글을 SNS에 올린 지 하루 만에 다섯 화분의 몬스테라는 모두 주인을 만났다. 이렇게 행복한 결말만 있으면 좋으련만 누군가는 식물을 더 키울 수 없는 안타까운 사정이 있게 마련이고, 공덕동 식물유치원은 그 모든 식물을 껴안기엔 아직 작고 소소한 곳이다.


정부나 지자 가계기업대출 체가 도움을 줄 수는 없을까. 나 같은 소시민이 더 이상 키우기 어려워진 식물을 처리하는 방법은, 주변에 키워줄 사람을 운 좋게 찾는다면 나누고, 그렇지 못하면 버리는 것 말고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동물과 달리 식물은 딱히 공식 보호소가 없다. 그나마 하남시에서 운영하는 ‘나무고아원’이란 곳에서는 2000년도부터 도시개발로 버려질 위기에 처한 나무를 모아 심어두는 활동을 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새로운 나무를 들이지 않고 있다. 고민이 이어질 무렵, 아직 인간의 권리도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할 때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젓기도 한다. 휠체어와 유아차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는 여전히 어렵고, 어딘가에서는 최저 시급마저 주지 않는 세상에서 식물이 하나의 생명체로 존중받는 것은 꽤 먼 이야기로 들린다.


지난 총선 때 국회의사당에서 버려지는 난 화분의 거대한 악순환을 보았다. 누군가는 화훼농가를 진작한다며 화분을 선물하고, 받은 이는 키우기가 곤란하다며 쓰레기로 취급해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는 리본을 떼지도 않은 채로 음식물 쓰레기 및 각종 오물과 함께 마대에 담아 쓰레기장으로 보낸다. 그나마 다행인지 따로 모아두면 난 전문 화원에서 가져간다고 했다며 국회 폐기물 담당자는 내게 어느 화원의 명함을 보여주었다.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꿀 방법은 없을까. 서울 마포구에서 오래 활동한 다선 국회의원, 공덕동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등 여러 군데 전화해봤지만, 국민을 위한 소통 창구라며 공개한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 정치를 잘 아는 분과 함께한 인터뷰에서 혹시나 관심 가져줄 국회의원 소개를 부탁하니 ‘그분들이 얼마나 바쁜 사람들인데’라는 소리만 들었다. 그나마 딱 한 군데, 장혜영 전 의원의 사무실에서 답을 받았다. 사무실의 모든 식물을 잘 키우고 있다고.


유기식물 보호소는 사실 철없는 투정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식물을 데려가고픈 사람이나 장소를 수월하게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 올여름 초입, 성미산 대안학교의 선생님이 새로 정원을 꾸미고 있는데 혹시 공덕동 식물유치원에 있는 식물을 보낼 곳이 없을 때 연락을 달라고 하셨다. 그 덕분에 많은 식물이 새로운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서로를 돌보며 자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제도적인 소요 없이 유기식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날이 오기까지는 그저 할 수 있는 만큼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백수혜 (‘공덕동 식물유치원’ 원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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